영국의 공연 건축 전문 스튜디오 스투피시(Stufish)가 지난 6월 13일부터 14일까지 이탈리아 파노(Fano) 외곽의 사설 공항에서 열린 아드리아틱사운드페스티벌(Adriatic Sound Festival)을 위해 미래형 무대를 설계했다. 이번 축제는 하우스와 테크노를 중심으로 구성된 전자음악 페스티벌로, 총 두 개의 주요 무대가 마련되었다.

주 무대인 '더 템플(The Temple)'은 고대 로마의 원형극장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360도 회전형 DJ 포디엄과 조형적 타워가 중심을 이룬다. 관객은 입장 시 아치형 구조물 사이로 대형 LED 스크린을 마주하게 되며, 다른 각도에서는 무한대 기호를 연상케 하는 형상이 나타난다. 이는 축제의 주제인 '시간 너머(Beyond Time)'를 시각화한 장치다.

LED와 메탈 메시, 거울 소재는 낮에는 구조물에 광휘를 더하고, 밤에는 레이저와 조명이 상호작용하며 돔 형태의 조명 천장을 형성한다. 이와 함께 메쉬 패널 뒤에서 발광하는 조명은 무대 전체를 내부에서 빛나는 듯한 효과로 연출한다. DJ 부스는 3층 높이에 배치되었고, VIP용 댄스 플로어가 주변을 둘러싸는 나이트클럽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두 번째 무대인 '더 행어(The Hangar)'는 실제 비행기 격납고를 배경으로 설치되었으며, 고대 판테온을 연상시키는 콜로네이드를 3D 프로젝션 매핑으로 연출해 공간의 깊이를 더했다. 이 무대는 레이브 분위기를 강조하며, 현지에서 조달된 임대 자재만으로 신속하게 조립되었다.

스투피시는 "2천 년 전 로마 제국의 아우구스투스 개선문이 오늘날 전 세계 관객을 하나로 모으는 상징이 되었다"며, 공간적 전통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무대 경험을 창조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더 템플' 무대를 향후 축제를 위해 구입, 재사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음악과 건축, 빛이 결합된 총체적 예술의 현장이자, 축제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주체적 경험의 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