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팬텀>의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다. 무대에는 박효신(팬텀 역)과 이지혜(크리스틴 역)의 이름이 당당히 올라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공연 내내 박효신이라는 가수를 보지 못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건, 오직 팬텀이었다.
뮤지컬 <팬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다. 가스통 르루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팬텀의 인간적인 내면과 상처를 깊숙이 파고든다. 아름다운 음악과 드라마틱한 연출이 팬텀의 고독과 갈망을 절절히 그려낸다.
특히 박효신은 팬텀이라는 캐릭터와 완벽히 하나가 되었다. 무대 위에서 그의 이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팬텀의 아픔과 사랑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박효신은 ‘My True Love’와 ‘You Are My Own’을 부르며 극장 전체를 압도했다. 그의 목소리와 눈빛 하나하나에 객석은 숨죽이며 함께 울고 웃었다.
크리스틴을 연기한 이지혜 역시 고전적인 오페라의 창법과 현대 뮤지컬의 감성을 절묘하게 혼합하여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팬텀과 크리스틴의 감정이 교차하는 장면마다 그녀의 표현력은 더욱 빛났다.
무대 연출 또한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무대 장치와 조명, 그리고 감정을 극대화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관객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이 남았다. 박효신이라는 배우는 없었다. 오직 팬텀만이 있었고, 그 팬텀이 여전히 나의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아쉬운 것은 커튼콜이 끝날 때까지도 팬텀이 가면을 벗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뮤지컬 <팬텀>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팬텀은 영원히 가면 뒤에 숨어 상처받은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무대 위에 남아 있을 것이다.
뮤지컬 <팬텀>은 2015년 한국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으며, 팬텀의 감춰진 인간적인 모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화려한 오페라 무대와 감성적인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매 공연마다 많은 관객의 찬사를 받고 있다.